죽음 개념의 3가지 준거
아동의 죽음은 비기능성, 비가역성, 보편성의 세 준거에 따라 획득된다. 학자들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이들 세 준거가 획득되는 시기는 대체로 5-7세 사이이며, 8세에는 거의 완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아동의 죽음 개념 발달과정을 보면 죽음의 보편성과 비가역성 개념에 있어서 흥미로운 문화적 차이를 보여준다. 서구의 경우 대부분의 아동들은 다른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 모든 사람이 반드시 죽느다는 죽음의 보편적인 필연성을 이해하는 것이 자신의 죽음의 보편성을 이해하는 것보다 빨리 나타난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 아동들은 다른 특정인은 죽지 않는다고 대답하면서도 자신은 나쁜 일을 했거나, 거짓말을 했거나 또는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죽는다고 대답한다. 이러한 문화권 간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우리나라 부모들이 아동의 잘못된 행동이나 죄에 대한 처벌로서 죽음을 연관시킴으로써 아동이 죽음에 대해 공포감을 갖는 데에 기인하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잠재의식 속에 죽음을 죄에 대한 보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문화적 특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아동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죽음의 보편성 개념을 오히려 부정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아동은 죽음을 선악의 개념이나 종교적 본질과 관련지어 착한 일을 많이 한 사람은 다시 살아나는 것으로 생각하며,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생각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1980년 대 중반에 방영했던 전설의 고향과 같은 tv매체의 내용은 그 은유 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동의 죽음의 비가역성 개념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 아동이 죽음 개념을 획득하는 연령은 연구자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정경숙은 비기능성은 5-6세 사이에 획득되며, 보편성과 비가역성은 6-7세 사이에 획득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김상희는 7세 아동의 55%, 아동의 66.7%가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전반적으로 보아 우리나라 아동의 죽음 개념 발달은 서구 아동보다 다소 늦은 것으로 판단된다.
시각적 표상 물의 이해능력 연구
전조작기 표상과 상징 간의 관계를 다루는 기호적 기능의 발달에 관해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흥미로운 연구들 중 하나가 시각적 표상 물의 이해능력 발달에 관한 것이다. 시각적 표상 물이란 그림, 만화, tv, 영화 등에서 볼 수 있는 표상을 재현시켜 놓은 상징적 대상물을 뜻한다. 2세경부터 유아들은 동화책 속의 그림이나 tv의 만화 속에 나오는 여러 대상의 모습을 대단히 흥미롭게 지켜본다. 또한 이들은 만화 속의 강아지와 실제 강아지의 사소한 차이를 이해하며 실제로 강아지와 전혀 다른 소리로 짖으면 그 잘못을 지적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이 시기의 유아는 시각적 표상 물과 실제 대상과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비교적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 2-4세 사이 유아의 시각적 표상 물에 대한 이해능력은 실제의 표상 물에 객관화되지 못하고 자신의 심상에 치중하는 주관적인 한계를 갖는다. 예를 들어 3세 유아에게 목욕통에 물이 담긴 장면과 오리가 침대 안에 있는 장면을 보여주고, 유아가 보는 앞에서 그 장면의 사진을 찍었다. 유아들에게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으면 물이 담긴 목욕탕과 침대 안에 있는 오리라고 정확하게 답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유아들에게 이 장면을 찍은 사진에서 무엇을 볼 수 있을지 물으면 오리가 목욕탕에 있는 모습이라는 자신의 심상에 근거한 답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tv속의 시각적 표상 물에 대한 인지에도 유사한 한계가 있다. 유아에게 tv 화면에서 풍선이 떠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면 tv 뚜껑을 열고 흔들면 풍선이 방으로 나올지 물었다. 대부분의 3세 유아들은 그렇다고 반응하였지만 화면 속의 대상과 실제 대상의 차이를 설명해주면 곧 알아듣고 tv속의 시각적 표상 물과 실물과의 차이점을 이해하였다. 시각적 표상 물의 이해능력에 관한 이들 연구결과들은 한마디로 말해서, 2-4세 사이 유아들은 실제 대상과 이에 상응하는 시각적 표상 물 간의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능력은 갖추고 있으나, 시각적 표상 물의 구체적인 속성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