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기 언어발달 특성
여러 영역에 걸친 매우 복잡한 언어능력의 발달이 어떻게 아동기에 그토록 빠른 속도로 급격히 이루어지는가? 이 문제는 오랫동안 많은 발달심리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 장에서는 먼저 아동기 언어가 획득되는 기제를 설명하는 이론적 접근들을 개관하고, 언어발달과정과 단계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으로 듣기와 말하기 등 아동의 일상생활에서의 의사소통능력의 발달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아동들에게 있어서 언어는 여러 가지 현상들을 이해하고 개념화하는 중요한 인지적 수단이다. 또한 언어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의도를 바르게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함으로써 대인관계의 기본적인 수단이 된다. 나아가 언어는 아동이 자신이 정서를 표출하거나 통제하는 정서적 창구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언어구사능력은 아동기 발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아동기의 언어발달은 언어학자들이 지적하는 언어의 네 가지 특성이 모든 측면에서 고르게 나타난다.
언어의 네 가지 특성
아동기 동안에 음운론적 발달이 이루어진다. 아동이 개개 자음과 모음을 구분하고 그 발성적 특징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음운론적 발달의 대표적인 예이다. 자국어 음소의 발음과 억양을 정확하게 구사하는 능력을 획득하는 것 또한 음운론적 발달에 속한다. 또한 아동은 일상의 빠르고 긴 대화의 흐름 속에서 낱말이 연결되어 문장을 구성하는 음운론적 규칙을 터득함으로써 개개 낱말을 정확하게 분리해내는 능력을 발달시켜간다. 의미론적 발달이 이루어진다. 아동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의 수많은 대상과 현상들이 각기 독특한 낱말로 지칭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이들 낱말의 의미들을 획득해간다. 또한 아동은 자다와 졸다의 차이, 빨갛다와 벌겋다의 차이와 같은 유사한 대상이나 현상을 지칭하는 낱말 간의 미묘한 의미의 차이를 구분하는 능력도 획득하기 시작한다. 통사론적 발달 또한 아동기 언어발달의 주요 양상이다. 아동이 낱말들을 문법적으로 정확한 순서로 배열하여 문장으로 만드는 능력이 발달해가는 속도는 가히 경이적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또한 아동은 잔다, 먹는다, 간다와 같은 행동이 과거에 이미 이루어졌을 때 잤다, 먹었다, 갔다 와 같이 바뀐다는 일련의 문법적 법칙들을 이해하고 구사하는 능력을 발달시켜간다. 마지막으로, 의사소통의 다양성을 낳게 하는 화용론적 발달이 이루어진다. 아동은 같은 뜻을 가진 낱말이나 문장도 지시하거나 주장할 때와 간청하거나 애걸할 때 어떻게 달리 표현되는가의 언어 행동에 관한 지식을 터득하고 이를 구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아동은 같은 잘했어라는 표현도 사용되는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것인지 또는 그렇지 못했다는 비난의 소리인지를 구분하고 이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획득하게 된다.
학습이론적 접근
아이들이 어른의 언어를 모방하면서 학습한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인다. 6개월경에 나타나는 옹알이에서 아기들이 발성하는 음소는 모든 언어권에서 동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기들은 성인들의 발성을 모방하는 과정에서 자국어에 없는 음소는 점차 사용하지 않게 되어 탈락되고, 자국어의 음소는 보다 정교화하는 과정을 통해 점차 자신의 언어권 특유의 음소들을 학습하게 된다. 이러한 음소 탈락과 확장 과정은 초기 언어발달과정에서 학습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동의 언어발달을 학습이론으로 체계화한 이론가는 스키너이다. 1957년에 출간한 언어 행동이란 저서에서 그는 언어도 다른 형태의 행동과 마찬가지로 성인의 언어에 가까워질 때까지 행동 조성의 과정을 거쳐 발달해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동은 주변의 어른들이 사용하고 있는 낱말, 구, 문장들을 모방하여 사용하기 시작하며, 부모는 강화에 의해 아동의 언어가 바람직하게 형성되도록 조형시켜나가는 과정을 통해 언어발달이 이루어진다. 아동의 언어발달과정에서 모방과 강화의 역할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실제로 아동이 사용하는 언어 속에서 전혀 모방이나 강화가 될 수 없는 표현들이 나타난다면 이러한 예들은 아동의 언어발달을 학습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