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 지각
사물이나 대상의 형태를 변별하고 선호하는 형태 지각과 낭떠러지의 위험을 깨닫는 것과 같이 영아의 생존에 의미가 큰 깊이 지각은 영아기 시지각 발달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두 가지 지각적 측면이다. 영아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형태를 식별하는 시각적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성인들의 시력과 비교해볼 때 다소 빈약한 것이다. 영아가 형태를 정확하게 식별하는 시력은 대체로 20/200에서 20/600스넬른 사이에 잇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상 성인의 시력이 20/20 스넬른이며, 20/200 스넬른이 법적 맹인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신생아 시력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6개월 후면 영아의 시력은 20/70이 되며, 만 1세가 되면 성인의 수준에 이른다. 영아는 태어날 때 빨강, 초록, 하양은 서로 구별할 수 있으나 다른 색깔들은 구별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출생 후 4개월이 되면 성인과 같은 수준의 색깔 변별력을 갖게 된다. 영아가 어떤 형태를 더 선호하는가는 많은 영아기 지각 발달 연구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온 문제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영아는 직선보다는 곡선을, 규칙적인 형태보다는 불규칙적인 형태를, 윤곽이 열려 있는 형태보다는 닫힌 형태를, 비대칭형보다는 대칭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지나치게 열려 있는 형태보다는 닫힌 형태를, 비대칭형보다는 대칭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지나치게 단순한 형태보다 적당하게 복잡한 형태를 좋아한다. 영아는 언제쯤 사람의 얼굴과 다른 형태를 구별하고 선호하게 될까? 사람 얼굴의 변별과 선호 능력은 앞에서 언급한 생태학적인 접근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한 시각적 능력이다. 일반적으로 영아는 3개월경에 사람 얼굴을 다른 형태보다 선호하기 시작하며, 비슷한 시기에 친숙하지 않은 얼굴보다 친숙한 얼굴을 더 선호하게 된다. 생후 3개월경에 영아는 단순한 윤곽이나 형태 대비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사람 얼굴의 특성에 대해 분명히 호감을 갖기 시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같은 무렵에 영아는 사람의 얼굴 중에서도 눈을 가장 오래 응시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사실은 영아가 사회적 상호작용의 중요한 신호로서 사람의 얼굴과 눈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는 사실을 시사해준다.
깊이 지각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적 환경 내에서 장애물, 틈, 벼랑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위험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영아가 이들 요소들을 정확하게 지각하고 피하는 것은 생존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지각 능력의 발달은 생태학자들이 말하는 적소 추구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영아의 공간지각 중에서도 깊이 지각은 가장 많은 연구와 논란이 진행된 주제이다. 이 연구를 최초로 시작한 Gibson은 같은 시각 벼랑 실험장치를 고안하였다. 이 장치의 한쪽은 넓고 평평한 탁자의 표면 위에 바둑판무늬가 있는 천을 깔고 그 위에 수평으로 된 유리판을 놓았다. 장치의 다른 편은 탁자의 표면이 없는 데도 같은 바닥에 같은 무늬를 깔고, 탁자와 같은 높이에 투명한 유리판을 깔아 낭떠러지이지만 아기가 기어가도 떨어지지 않도록 해두었다. 이 장치의 탁자 표면이 있는 쪽 끝에 이제 막 기기 시작한 영아를 엎어두고 벼랑 쪽 끝에는 어머니를 앉게 하여 아기가 기어 오도록 유인하였다. 이 실험에서 확인하고자 한 것은 어머니를 향해 기어 오던 영아가 시각 벼랑 앞에서 기어 오기를 멈추거나 무서워하는 등 낭떠러지를 지각하고 있음을 보여줄 것인가의 여부였다. 이 실험에서 7개월을 전후해서 길 수 있는 연령에 다다른 대부분의 영아는 시각 벼랑 앞에서 기기를 멈추고 머뭇거리는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반응은 이 시기의 영아가 낭떠러지의 위험을 인지할 수 있는 깊이 지각을 갖고 있음을 반영한다. 시각 벼랑을 실험을 통해 이제 막 기기 시작하는 7개월경의 영아도 깊이 지각 능력이 있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이지만 학자들의 주관심은 이 능력이 생득적인 것인가 또는 학습된 것인가의 여부에 있다. 2개월이 된 영아를 시각 벼량이 있는 곳에 엎어두면 공포를 나타내며 우는 대신에 오히려 심장박동이 느려지며 조용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반응은 영아가 시각 벼랑을 두려워하지는 않지만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기는 시기의 영아는 시각 벼랑 앞에서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공포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상과 같은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시각 벼랑을 변별하는 지각 능력은 비교적 일찍 발달하지만, 시각 벼랑에 대한 공포는 기기 시작할 무렵에야 비로소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