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의사소통능력 발달
인간의 의사소통능력의 발달은 매우 일찍이 언어를 사용할 수 있기 이전부터 발달하기 시작한다. 울음, 미소, 표정, 몸짓, 응시 등은 언어 전 단계의 영아가 갖는 중요한 의사소통수단이다. 이들 언어 이전의 의사소통수단은 언어를 획득한 뒤에도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흔히 신체언어라 지칭되는 강력한 의사소통수단으로 성인기까지 지속된다. 아동이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실제로 대부분의 의사소통은 언어적 수단에 의존한다. 아동은 2세경부터 기본적인 언어적 의사소통기술과 대상과 사회적 상황에 맞추어 자신의 언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화용론적 능력을 발달시켜간다. 아동의 의사소통기술은 몇 가지 능력을 필요로 한다. 첫째 상대방의 말에 주의를 기울여 듣고 상대방이 하는 말의 뜻을 이해하는 능력, 둘째, 상대방의 연령, 성, 사회적 지위 또는 상황적 조건에 맞게 자신의 언어적 표현을 조정하는 능력, 셋째, 자신이 하는 말을 상대방이 이해하고 있는가의 여부를 상대방의 반응으로부터 감시하고 조정해나가는 능력이 그것이다. 이들 세 능력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듣기 능력의 발달
상대방이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듣고,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며, 전달 내용이 가지고 있는 모순을 파악해내는 능력은 의사소통의 기초가 된다. 초등학교 1학년과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놀이 방법에 대한 지시내용을 설명하면서, 설명내용이 부적절하여 그대로 따라서 놀이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조작하는 실험을 하였다. 이 실험 결과에서 1학년 아동은 설명내용의 부적절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그대로 놀이를 해보려고 시도하는 반면에, 3학년 아동들은 지시내용의 부적절성을 정확하게 지적해낸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유치원 아동은 초등학교 2학년 아동에 비해 의사소통 내용의 모순을 감지하는 능력이 낮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 연구결과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기 동안에 듣기 능력이 크게 발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에서 듣기 훈련을 시켰을 때 6-10세 아동의 훈련을 통해 상대방의 지시내용을 명료히 이해하는 능력이 증가하였다. 일반적으로 동양계 아이들이 서양 아이들에 비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수용 언어능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양계 아이들이 상대방의 이야기에 대한 주의집중시간이 길고, 관심과 흥미도가 높은 것은 명백하나, 이러한 초기 수용 언어능력이 후에 발달할 읽기 능력과 쓰기 능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앞으로 밝혀내야 할 과제이다.
말하기 능력의 발달
듣는 사람의 연령, 성, 사회적 지위에 따라 자신의 언어적 표현을 조정하는 말하기 능력은 비교적 빨리 발달한다. 2세 유아도 자신보다 어린 동생에게 말할 때와 어머니에게 말할 때에 서로 다른 표현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관찰하였다. 2세 유아가 또래 간에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며 훌륭하게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4세 유아는 자신보다 어린 2세 유아에게 이야기할 경우에 또래나 성인에게 말할 때보다 쉬운 낱말과 짧은 문장을 사용하려 애쓴다. 입학 전 유아들은 단순히 대상의 특성에 맞게 자신의 표현을 적응시킬 뿐 아니라 상대방의 반응을 감지하고 이에 따라 자신의 말을 조정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연구결과를 보면 유아들은 성인이나 또래가 자신의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느꼈을 때 성인에게는 표현을 좀 더 어렵게 바꾸는 대신에 또래에게 좀 더 쉽게 설명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 입학 전 유아가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일주일이 지난 뒤 그 자리에 있어서 사건을 목격한 사람과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에게 그 사건을 설명하는 방식을 달리한다는 유명한 피터슨의 실험 결과는 대상과 상황을 통합하고 그에 적응하는 유아의 의사소통 조절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에서 제시한 일련의 연구결과들은 2세경부터 유아가 대상과 상황에 맞게 의사소통을 해나가는 기술을 갖추고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사실은 유아는 자신의 관점에서만 이야기할 뿐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피아제의 유아기 자기중심적 언어에 대한 주장이 더 이상 지지될 수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