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발달의 기본과정
피아제 이론에서 인간의 지적 능력이란 개인이 주어진 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지발달을 이해하는 것은 곧 인간의 지적 능력이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어떻게 변화되어가는가의 과정과 그 변화의 양상을 아는 것이다. 피아제에 의하면 인간은 태어날 때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몇 개의 반사 기능만을 갖고 있다. 이 반사 기능을 바탕으로 마치 생물체가 환경에 순응하기 위하여 자신의 신체구조를 바꾸어가듯이 인간도 환경과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인지구조를 재구성해 나간다. 예를 들어, 아기는 여러 형태나 크기의 고무젖꼭지를 빨아봄으로써 빠는 반사 기능을 정교화시켜간다. 또한 손에 닿는 물건을 입으로 가져가 빪으로써 잡는 반사 기능과 빠는 반사 기능을 통합한다. 피아제는 이처럼 반사 기능을 통합하여 획득한 새로운 감각운동기능을 도식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약 2세경까지 영아의 인지발달은 감각운동적 도식의 정교화 과정이다. 2세를 전후하여 표상이 형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인지구조의 발달이 이루어지게 되면 내적 사고가 가능하게 된다. 피아제에 의하면 인지구조가 발달하는 데는 생득적 요인인 성숙과 더불어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환경적 요인은 사물을 대상으로 하는 지적 활동인 물리적 경험과 사람들과 상호작용인 사회적 요인으로 구성된다. 이처럼 성숙, 물리적 경험, 사회적 요인이 발달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기는 하지만, 피아제는 이들 요인들을 적합한 방식으로 통합하고 조정하는 개인의 내재적 능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평형화라 부르고 있다. 평형화는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인지구조를 형성하고 재구성하는 인지발달의 핵심기능이다.
평형화
피아제에 의하면 평형화는 기본적으로 동화와 조절의 두 기능의 통합과정이다. 동화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도식 또는 인지구조 속에 외계의 대상들을 받아들이는 인지과정이다. 예를 들어, 물건을 잡는 도식을 가진 아이가 손에 닿는 것은 무엇이나 잡는 과정이나, 물체가 물 위에 뜬다는 인지구조를 가진 유아가 여러 물체를 물 위에 띄워보는 과정은 동화에 속한다. 피아제 이론에서 조절은 자신이 가진 기존의 도식이나 구조가 새로운 대상을 동화하는 데 적합하지 않을 때 새로운 대상에 맞게 이미 있는 도식이나 구조를 바꾸어가는 인지적 과정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잡기에 너무 큰 물체가 주어져 잡울 수 없을 때 유아가 자신의 잡는 방식을 적절히 바꾸어 그 물체를 잡을 수 있게 될 때 조절이 일어난 것이다. 조절은 기존 인지구조의 부적합성으로 인해 인지갈등이 유발되고 이로 인해 평형상태가 깨어지면 다시 평형상태를 얻기 위해 재 평형 화가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 내에서 일어난다. 물체가 물에 뜬다는 인지구조를 가진 유아가 물에 가라앉는 물체를 보았을 때 당혹감을 느끼고 여러 물체를 물에 담가보아 급기야 어떤 물체는 뜨고 어떤 물체는 가라앉는다는 새로운 구조를 형성하게 되었을 때 조절이 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동화와 조절 과정은 항상 보다 새로운 상위의 도식이나 구조를 생성함으로써 인지발달을 이루는 주요 기능이 된다. 피아제는 아동의 인지발달과정을 질적으로 상이한 네 개의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이들 각 단계의 주요 발달적 특징을 다음 절에서 비교적 자세히 검토해 보고자 한다.
동화와 조절에 의한 평형화 예
동화와 조절에 의해 평형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은 모든 연령과 인지발달단계에서 동일하다. 예를 들어, 어머니의 젖꼭지를 빠는 데 익숙해져 있던 영아가 어머니의 외출로 인해 옆집 아주머니가 먹여주는 지나치게 큰 고무젖꼭지를 빨게 되면 자신의 빨기 기능에 새 젖꼭지를 동화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인지갈등이 유발되고 아기의 필사적인 노력 끝에 젖꼭지에 맞게 입모양을 조절하는 것이다. 사용자와 고용인 간의 인간관계에 대해 지배적인 인지구조를 가진 회사 사장이 노사분규라는 인지갈등을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인지구조의 부적합성을 깨닫고 사고를 보다 민주적인 인간관계 구조로 바꾸어가는 과정은 그 원리에 있어서 동일하다. 다시 말해서 평형화는 모든 연령 단계에서의 인지발달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보편적 원리이다. 평형 화가 갖는 이러한 특성을 피아제는 기능적 불변성이라 부른다.